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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내가 선택한 여행지는 나고야였다.

사실 이 기간이 하루 공휴일이 있었고, 하루 휴가를 내서 4일 연휴여서 큰 맘 먹고 교토까지 가서 단풍이나 볼까했는데 비가 오는 날이 있어서 애매한 상황이라서 그냥 나고야만 갔다가 오기로 했다.

당연히 야간버스로 나고야에 갔는데 새벽에 일찍 오니까 딱히 할 게 없었고

원래부터 가기로 했지만 아침 시간을 이동시간으로 활용해서 세키가하라에 갔다.

세키가하라는 일본 전국시대의 사실상 마지막 전투인 세키가하라 전투가 일어났던 곳이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임진왜란 이후에 빈 권력을 두고 히데요시 다음으로 세력이 강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동군 세력과 그에 반대하는 세력, 주로 이시다 미츠나리를 중심으로 모인 서군이 맞붙은 전투다.

산이 약간 주황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근데 다 물드는 건 아니고 드문드문 물이 들었다. 나무가 다른 나무인 건가...

아무튼 세키가하라 전투가 있었던 곳은 대강 보존되어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중심의 동군은 사실 서군에 비해서는 숫자도 작은 편이었고 진영이 위치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야스 아들인 도쿠가와 히데타다가 이끄는 3만 8000정도의 군대가 사나다 마사유키가 있는 우에다 성을 공격하고 뒤에 동군에 합류하기로 했는데 오래버티면서 제 때에 오지 못했다.

그렇지만 서군은 누구 하나를 중심으로 단합된 군대가 아니었고 공통의 목표같은 것도 부족했다.

사실상 서군의 대장인 이시다 미츠나리는 임진왜란에도 참전했었는데 전투 역량이 뛰어나진 않았고, 행정 관련 능력은 있어서 나름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괜찮게 봤다고 한다.

하지만, 세력을 모으는 게 가장 중요한 동-서군 전쟁에서는 불리했다. 다른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자신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하는 친화력, 인술 같은 건 부족했다고 한다.

그래서 서군 쪽 동맹군 일부는 전투 시작 후에 도시락을 먹어야 된다거나 도와달라고 보낸 사자가 말에서 내리지 않았다고 별 핑계를 다 대면서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마쓰오 산에 코바야카와 히데아키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겉으로는 서군에 들어온 것처럼 했지만, 뒤에서 이미 동군이랑 내통하고 있었다.

사실 고바야카와 히데아키가 어느 쪽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정도였는데 망설이면서 결정을 못하자

도쿠가와 이에야스 지시로 동군이 고바야카와 히데아키가 있는 마쓰오 산에 대포를 쐈다고 한다. 이걸로 깜짝 놀란 히데아키가 결국 동군으로 들어와서 같이 싸웠고

서군이지만 자기 군대가 피해를 볼까봐 혹은 동군이 이길까봐해서 진군하지 않는 쪽도 있어서 전투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붉은 단풍이 강하게 물들었다.

420년 전(정확히 1600년에 전투가 벌어짐)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던 곳인데 이렇게 조용하고 고요할 수가 없다. 세상 일이라는 게 참 허무한 것 같기도 하고 외국인이 여기 와서 이런 걸 느끼고 가는 것도 특이한 경험 같았다.

사실, 여기에 오면 혹시라도 이 풍경을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세키가하라 전투가 있던 지역 바로 앞에 이렇게 문이랑 해바라기를 꾸며놓은 곳이 있는데 11월에 가니까 당연히 해바라기는 없을 거 같았는데 문도 없더라.

아쉬웠다. KBS드라마스페셜 희수가 생각 나기도 하는 풍경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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