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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하면 한국에서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세습이라는 것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자민당 출신은 세습 정치인이었다.(아베 신조, 아소 타로, 기시다 후미오, 고노 타로 등등) 민주당도 하토야마 등의 세습 정치인이 있기도 했다.

그러한 세습 정치인들의 장점이라고 그나마 볼 수 있는 건 어린 나이부터 정치를 시작해서 그 사람들이 정치를 시작할 때는 나름 신선하다고 볼 수 있는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이 있기는 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장점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정치로 들어오면서 약해지고 있는 듯하다.

일본이 젊은 정치인이 적지는 않다. 다만, 중의원 선거나 참의원 선거에선 좀 그렇지 않은 편이라는 것.

그래도 지방선거나 지방의회에서는 젊은 사람들도 당선되는 진입장벽 같은 게 그렇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세습이 많은 일본 정치에서 가장 근래에 30대에 비세습 정치인으로 가장 큰 커리어를 만든 정치인이 스즈키 나오미치(鈴木 直道) 홋카이도 지사로 보인다.

스즈키 나오미치(鈴木直道) 지사는 정말 밑바닥에서 시작한 그 나이대 정치인 중에서는 가장 역동적인 커리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지만 외모도 일본 남자 정치인 중에서는 거의 탑인 거 같다.

1981년생으로, 사이타마현 카스카베시 출신이다. 만 18세에 고등학교 졸업 후 시험을 봐서 도쿄도청에 도쿄도 공무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고등학교 때 학생회장을 하고, 어렸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해서 모자+누이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현재 결혼은 했고, 와이프 사진도 있지만 굳이 가져오진 않았다. 아이가 아직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도쿄도청에서 근무하면서 돈을 조금 모아놨다가, 공무원을 하면서 호세이(法政大学)대학에 야간 학생으로 들어간다.

대학에서는 또 복싱 동아리(부활동, 部活)을 했는데, 거기서도 부 주장을 했다고 한다. 도쿄도 복싱 대회(페더급, 대학생 대상일 거 같다)에 나가서 준우승을 했다고 한다.

아무튼, 그렇게 공무원 생활을 하다가 큰 변화기를 맞게 된다.

도쿄도와 자매 결연 비슷한 걸 하고 있던 홋카이도의 유바리시(夕張市)라는 곳에 파견을 가게 된다. 당시 도쿄도지사는 얼마 전에 죽은 이시하라 신타로였다.

그리고 이 계획을 추진한 사람은 당시 도쿄도 부지사 이노세 나오키(현 일본유신회 비례대표 참의원의원)였다. 혼자 간 거는 아니고 한 10명 정도의 도쿄도청 공무원이 파견을 갔다.

유바리라는 동네가 어떤 곳인가 하면, 삿포로 시에서 동남쪽으로 몇십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조그만 동네로 탄광이 많았었는데, 전성기에는 24개의 석탄 탄광이 가동 되었던 동네라고 한다.

그러면서 인구도 10만명을 넘었던 동네이지만, 탄광이 하나 둘 문을 닫게 되고

관광을 부흥하겠다는 목적으로 지은 테마파크가 적자의 온상이 되는 결과, 버블 경제 붕괴 등으로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면서 인구가 1/10이하로 줄어들었다. 지금은 한 8천명 정도 사는 동네라고 한다.

아무튼, 그런 상황이 펼쳐지는 중에 도쿄도로부터 공무원이 파견되어 유바리시를 다시 살려보자 이런 움직임이 있었고, 스즈키 나오미치 당시 도쿄도 공무원도 유바리시 부흥 관련 사업 등에 참여하고 일을 하게 된다.

유바리는 탄광도 있지만, 메론이 특산물이다.

아무튼, 유바리시 파견 기간이 끝나자 정부에서 진행하는 지방 재정 재건 사업을 진행하는 곳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유바리시는 결국 재정 파탄 상태여서 사실 부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시 공무원 수도 230여명 이었는데 100명 정도 수준으로 감축시켰다.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자, 스즈키 나오미치는 도쿄도 공무원을 그만두고 유바리 시장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 2011년에 열린 유바리 시장 선거에서 당선되고 2015년에 진행한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게 된다.

당선되고 재정 재건 정책을 2기 중반까지 밀어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 시장 본인의 급여를 70% 삭감하고 퇴직금 0엔으로 퇴직금도 안 받기로 했다.

시에 소속된 직원 수는 이미 절반이상으로 줄인 상태라서 시 공무원들의 월급을 많이 깎는 긴축재정을 했다고 알고 있다.

2017년에 1년 급여가 251만엔에 그쳤다고 한다. 일본 내에서 최저급여를 받는 시장이라는 타이틀도 있었다.

근데, 그 해의 기타 소득이 470만엔이었다고 한다. 연설, 텔레비전 출연, 저서 집필 등으로 번 돈이라고 한다.

뭐 어쨌든 결국 유바리시는 사실상의 파산을 하게 되고 정부의 재정 지원 프로그램에 들어가게 된다.

지금도 유바리시의 홈페이지에는 채무 시계라는 게 나와 있다. 지금 빚이 얼마인지 보여주는 시계다. 지금은 1초에 80엔 정도씩 채무가 줄어드는 걸로 나오고 있다.

https://www.city.yubari.lg.jp/syakintokei/index.html

 

借金時計/北海道夕張市ホームページ

 

www.city.yubari.lg.jp

부채를 어떻게 상환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줄어들고 있다. 유바리 시의 채무는 2006년에 총 353억엔이었고, 12년이 지난 2018년에는 140억엔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지금 채무 시계는 107억엔의 부채가 있다.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서 파산 시에는 1.3만명이었는데 지금은 8300명 정도의 아주 작은 도시가 됐다.

유바리 시에서는 자구 노력 외에도 탄광 박물관 같은 걸 만들거나(예전에 한 거인데 잘 안된 듯), 특산품 메론을 홍보하기도 하고,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라는 걸 열기도 했었다.

메론을 홍보할 때에는 카타르 쪽과 접촉이 있었는데 2013년에는 사비로 카타르에 가서 메론을 홍보하고 왔다고 한다. 후루사토 납세 제도를 이용해서 멜론을 팔려고 노력했었다고도 알고 있다.

유바리 시장으로의 남은 임기를 몇 개월 정도 남겨두고 시장에서 사퇴해서 2019년 홋카이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홋카이도는 자민당보다는 입헌민주당 등의 세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스즈키 지사가 자민당과 공명당의 추천을 받아서 당선된다.

당시 기준으로 38세, 일본 내에서는 최연소로 지사에 당선된 사람이었다.

올해 초에 열린 나가사키현 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오오이시 켄고라는 사람이 그 기록을 경신하기는 하는데 나이차이가 별로 안난다.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요시히데도 와서 응원전을 했는데, 스가 전 총리와 좀 가까운 편인 거 같다. 둘이 찍은 사진도 꽤 많고 그렇다.

홋카이도지사로는 딱히 큰 업적 같은 게 없다고 볼 수 있겠다. 취임한 지 얼마 안돼서 바로 코로나가 터져버렸고, 홋카이도의 수입원 중의 하나인 관광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관광객이 일본에게 있어서는 중요한데 중국은 지금도 제로 코로나를 하고 있어서 관광객이 거의 오지 못하는 수준이 됐다.

통계에도 있지만 한국 관광객이 일본에서 가장 돈을 안쓴다. 일본 관광객은 중국, 한국, 대만, 홍콩이 대부분인데 중국, 홍콩, 대만, 한국 대부분은 코로나에 강력한 통제를 걸었고

일본에서도 무비자 여행을 열어주지 않아서 좋지 않은 시간을 보냈었기에 홋카이도에게 있어서는 힘든 시기였던 거 같다.

그나마 주목받을 만한 일은 코로나 초기 시기에 있었던 조치였다. 2020년 2월에 일본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속속 생기기 시작했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라는 유람선이 떠돌다가 일본에 정박하게 되었다.

삿포로 지역은 삿포로 눈 축제로 중국 쪽의 관광객도 많이 왔었고, 홋카이도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왔는데

그 당시 2월 말에 홋카이도가 일본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로 인한 긴급 사태 선언을 선언하게 된다.

2주 동안 집 밖으로 나가는 걸 최대한 자제하자는 선언으로 홋카이도가 선언하고 한 달 정도 뒤에는 당시 아베 총리가 전국적으로 긴급 사태 선언을 선포했다.

그 효과 자체는 있었다. 2주 동안 안나가자 이렇게 하니까 확진자가 하루에 0명 이었던 적도 있었다. 물론 그 후에 다시 증가했었다.

무언가 나서서 본인이 책임지도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다는 것 자체가 일본 사람들의 인상에 남았을 거 같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던 거 같다. 그 이후에 대단한 성과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래도 38세의 나이로 아무런 기반 없이 도쿄도청 공무원에서 자기 고향도 아닌 홋카이도에서 지사로 당선되는 스토리가 비슷한 나이 대의 정치인에 비교하면 엄청난 커리어이기는 하다.

너무 정치 스토리가 특별해서 약간 누군가가 밀어줘서 저렇게 된 거 아니냐 하는 생각도 가능한 거 같지만 그것도 실력 아닌가 싶기는 하다.

애초에 지방 자치단체 첫 재정 파탄 선언이기 때문에 정부가 욕을 먹지 않기 위해서 스타를 하나 만들어 놓는 방법을 쓴 거 같기도 하다.

JAL이 망했을 때 당시 민주당 정권이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카즈오를 데려와서 회생한 것처럼. 물론, 그 사람의 공이 당연히 크지만 말이다.

아무튼 홋카이도 자체가 주목받는 지역은 아니다. 홋카이도 지역민수는 총 520만명 정도 수준이다. 땅 면적이 남한 땅보다 10% 정도 작은 수준인데 인구는 남한의 1/10 수준이다.

지방 자치 단체로도 도쿄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치바현, 오사카부, 아이치현(지자체 나열은 인구수 순 아님)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기업이 많지도 않다. 내가 아는 한에서는 홋카이도 유래 기업 중에 가장 시가총액이 큰 게 니토리(일본판 IKEA) 정도로 알고 있다. 그거 말고 비슷한 수준의 기업도 딱히 없는 걸로 안다.

홋카이도에 인구 수도 적고 주목도가 낮아서 계속 홋카이도에서 지사를 한다고 해도 엄청난 무언가는 없을 거라고 봐야할 거 같고

주목받을 만한 기회가 생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국회로 들어가야 인지도가 쌓일 것 같다. 일단 내년에 열리는 홋카이도지사 선거에는 나올 거로 보인다. 재선까지는 당연히 할 거 같다.

홋카이도가 땅은 큰데 인구가 얼마 안되니 사람들이 떨어져 사는 거고, 고령화가 진행 중인 일본에서 특히 또 노인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관리가 어렵다.

그래서 홋카이도에서 되도록이면 노인들이 모여서 살도록 유도하는 그런 정책도 펼치고 있기는 하다. 유바리 시장 시절에도 정부에서 컴팩트시티의 사례 도시로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고령화, 인구감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도시의 기능을 되도록 한 군데에 모아야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에서 나온 구상인 듯.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 유바리시장 시절에 시에서 가진 관광 시설 등을 중국계 펀드에게 매각해서 중국 기업에 이익을 줬다. 라는 이야기인데, 친중이다 뭐 이런 이미지가 일부 있기는 하다.

전 세계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 가장 낮은 국가가 일본이라고 하는 조사가 나올 정도로 정치 쪽에서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많다. 중국인 하나하나의 개인을 싫어하지는 않는 거 같은데.

내가 그를 변호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면 돈을 벌 수 있어야 기업에서 관광시설을 사가지 안 그러면 누가 사가냐? 적자나도 그대로 냅둘 거냐라는 것과 그렇게 돈을 벌기 쉬우면 일본 펀드는 바보도 아니고 왜 가만히 있냐는 반론이 가능할 듯하다.

물론, 내놓고 중국계 회사에게만 특혜를 줬다면 욕을 먹을 만하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어쨌든, 유바리시의 시장을 하다가 2017년 이후에는 재정 건전화보다는 투자를 많이 하는 기조로 바꾸었고, 임기를 얼마 앞두진 않았지만 중간에 하다가 그만 둔 것도 비판이 되는 점이기는 한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홋카이도에서는 유바리에서 처럼 공공부문 긴축을 할 거라 기대했는데 별로 그런 소식은 없는 것 같은 게 별로인 거 같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339876#home

 

[오영환의 제대로 읽는 재팬] 1년에 260억원씩 빚 갚는다 … 유바리시의 ‘미션 임파서블’ | 중앙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중부 유바리(夕張)시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재정이 파탄난 지방자치단체다. 2006년에 평균 연간 재정 8년치인 353억엔(약 3569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중앙정부에 파산 신청을

www.joongang.co.kr

유바리는 일본 지방자치단체 첫 파산(일본에서는 재정 파탄이라고 표현하는 거 같다) 사례라서 한국에서도 검색하면 기사가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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