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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도 가려고 두 번이나 갔었는데 못 갔던 자오 오카마를 드디어 찍고 왔다.

이젠 웬만하면 안 까먹을 거 같은 야마가타 역의 풍경. 아침이 되니까 전투기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비행기가 비행운을 그려놓고 있었다.

역의 서쪽 출구 였나 아무튼 그 출구로 나오면 버스 정류장이 있다. 거기에서 하루에 한 번 오는 Z91번 버스를 타면 된다. 야마가타역에서 자오 오카마로 바로 올라가는 버스의 가격은 편도에 2050엔이다.

산 자체는 미야기현에 있는데 출발은 야마가타현에서 해야하는 구조다.

하루에 딱 한 번만 운전하고 멀리가서 버스가 굉장히 낡았을 거 같은데, 의외로 잘 되어 있었다. 한국의 티머니 카드의 느낌인 스이카로도 요금을 낼 수 있어서 굳이 표를 안사도 된다. 난 버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안전빵으로 티켓을 샀다.

버스 정류장에서 오른쪽에 있는 작은 개찰구에서 버스 티켓을 살 수 있는데 자동 기기가 있다. 거기에서 편도 티켓을 두 개 사면 왕복이 된다.

9시 30분 차라서 그 때 출발했는데, 버스 안에서 세 번째 시도만에 드디어 내가 여기 올라가는 구나 하면서 좋아하다가 잠이 들었다.

분명히 내가 자기 전까지만 해도 산 중턱이었는데 전혀 구름 하나 없었고, 맑았다. 근데 거의 다 올 때쯤 되니까 안개가 장난 아니었다.

11시 10분 정도가 되어서 산 정상 주차장에 도착하니까 완전히 안개가 뒤덮고 있었다. 10미터 이상 거리가 안 보일 정도였는데, 아 괜히 왔구나 싶은 생각이 바로 들었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을 따라서 갔다.

그러다가 오카마(お釜)로 보이는 곳이 나왔다. 대충 울타리가 쳐져있고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걸 보니 그런 거 같았는데,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안보였다.

고도는 1700미터 정도인데 그렇게 춥지 않았다. 그냥 반팔 입고 돌아다녀도 되는 날씨였다. 아마 태풍이 오고 있어서 인지 굉장히 습해서 괜찮았던 거 같다.

비가 안오는데 그냥 안개만 맞아도 몸이 젖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었다.

아무튼, 절망에 빠진 상태로 돌아다니면서 혹시 보이는 곳이 있을까 하고 돌아다녔다. 조금 가니까, 보일랑 말랑하는 곳도 있었다.

안개가 걷혀서 조금 보이게 되니까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다가 바로 실망하는 게 몇 번이나 이어졌다.

처음 몇 번은 나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재미있었는데 이게 자꾸 그러니까 속으로는 다 때려쳐 이런 기분이었다.

다시 야마가타 역으로 내려가는 버스는 오후 1시에 있어서 아직은 여유가 있어서 계속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다 조금씩 안개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그대로 돌아오는 걸 반복했었다.

그렇게 12시가 다가오니까 이제 포기해야하나 싶기도 했었다. 대충 동그란 호수를 반바퀴 정도 돌았는데 별 변화가 없어서 도시락 사온 거나 먹으려고 대충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좀 있으니까 조금씩 날씨 변화가 있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정말 보이기 시작했다. 도시락을 빨리 해치우고, 조금 더 잘 보일 만한 각도가 있을까 하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12시 4분 정도가 되니까, 안개가 거의 사라졌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멈춰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거나 하고 있었다.

자오 오카마는 보통 코발트 색을 띄는데 1930년대에 화산 활동이 조금 있어서 물의 온도가 100도씨를 넘어서서 물 색깔이 하얗게 변하는 백탁현상이 있었다고 한다.

가장 최근의 화산 폭발 같은 건 1200년대 정도에 있었다고 전해진다.

드디어 여기와서 끝을 보는 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사진을 난사하고 꽤 많이 걸어왔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개가 없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한 7~8분 정도 지나니까 다시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다시 끝없는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곰을 주의하라는 표지판도 있었다. 길이 잘 뚫려 있었고, 사람들도 많이 왔다갔다 해서 사실 이 근처에 곰이 있을 거 같진 않았다.

일반적으로 걸어서 등반하기 보다는 도로가 뚫려 있어서 그냥 차를 타고 오거나 버스를 타는 게 훨씬 편해서 일반 사람이 곰을 만나기는 어려울 거 같다.

산 맨 위쪽에 작은 신사 같은 게 있었다.

시간이 없어서 잠깐 왔다가 갔다.

12시 40분 정도가 되니까 다시 거의 안보이기 시작했다. 이래서 버스가 역에서 출발한 뒤 11시에 도착해서 1시에 다시 역으로 가는 건가보다 싶었다.

바로 떠나면 안개가 걷히는 걸 못 볼 수도 있고, 해가 가장 높은 고도인 때를 거쳐서 볼 수 있게 하려고 한 거 같은 느낌이었다.

산에 작은 레스토랑+편의점 같은 게 있는데 그 앞에 주차장 / 버스 정류장이 있다. 1시에 출발하는 버스가 오니까 더 안개가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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