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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에 대한 글을 적을 때 이야기를 안할 수 없는 사람이 노무현 전 대통령일 거 같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와 전혀 상관없이 그가 했던 말과 거의 똑같은 말을 일본의 한 지방정치인이 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연설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했었는데 이시마루 신지 시장이 거의 비슷한 뉘앙스의 恥を知れ(はじをしれ)! 恥を(はじを)라는 말을 했다.

恥(はじ)는 수치심 할 때 치의 한자고, はじ라는 게 보통 부끄러움이라는 말로 해석될 수 있고, 知る(しる) 알다(영어로는 know에 가까운 단어)의 명령형 しれ라고 말했기 때문에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배경은 대충 이렇다. 2020년에 원래 있던 시장이 사퇴해서 공석이 된 아키타카타시(安芸高田市, 히로시마현에 소속됨)의 시장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중소 도시의 경우 전직 시장이 다음 시장 선거에 안나가면 후계 지명과 비슷한 형식으로 다음에 누구를 미는 듯한 그런 게 꽤 있는데 그 후계 후보라 불리는 사람을 넉넉하게 꺾고 당선됐다.

당선되고 올해 초에 시의회의 의원 정수를 반으로 줄이는 시의 조례에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시의회로부터 협조를 받고 있지 못해서, 찬성 1, 반대 14 로 부결되었다.

아키타카타시의 의원 정수가 16명인데, 이를 절반인 8명으로 줄이자는 것이다. 아키타카타시의 인구는 31000명 정도 밖에 안된다.

도쿄 23구 중에 하나인 스미다구 인구가 25만명 정도인데, 구의회 의원이 31명이다.

도쿄랑 단순히 따지는 건 안 맞을 수 있는 건 맞지만, 스미다구는 인구 8천 명 당 의원이 한 명 있는 거고 아키타카타시는 2천 명에 의원이 한 명 있는 수준이라서 4배 정도의 차이가 있는 셈이다.

아무튼 그런 과정에서 부결되니까 이시마루 시장이 부끄러운 줄 알아라 라고 말한 것이다.

그냥 보여주기 식의 일갈일 수도 있으나 일본의 소규모 지방도시는 재정적으로 굉장히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데 한국도 곧 그러한 경로를 따라갈 듯하다.

이걸로 조금 유명해지긴 했는데 사실 뭐 대단한 걸 했다거나 하는 건 없다.

물론 이 사람이 아키타카타시 출신이라서 당선된 것이겠지만, 1982년생의 젊은 사람도 정치에 들어와서 시장에 당선되는 게 그나마 일본 지방정치의 유연성 같은 거라고 볼 수 있겠다.

정당 공천이라는 게 지방선거에서 사실상 없다는 점도 유연하게 될 이유가 되는 듯하다.

이시마루 시장은 교토대 경제학부 출신에 일본 1위 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 출신이라고 한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정치가로써의 길을 열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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