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선거 결과, 일본유신회 약진의 이유1(정책)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생각이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걸 다 써보자였는데 그게 좀 옅어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본 정치 이야기도 한 번 써보기로 했다.
10월 31일 펼쳐진 중의원(하원의원) 선거 결과 생각보다는 자민당이 선전하면서 전체 465석 중에서 261석을 차지하게 되었고,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32석을 차지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좌파정당(일본에서는 진보좌파를 리버럴-リベラル이라고 부름)인 입헌민주당이 96석을 기록했다. 입헌민주당과 가까운 일본공산당이 10석을 획득.
제 3지대라고 분류되는 일본유신회가 41석, 성향은 중간이지만 헌법 개정 찬성, 원전 찬성 등의 행보로 자민당에도 약간 협조적인 국민민주당이 10석을 기록하였다.
배틀로얄, 마이웨이(장동건, 오다기리 죠, 판빙빙 출연) 같이 한국에서도 조금 알려진 영화 등에도 나온 야마모토 타로가 이끄는 극좌정당 레이와신센구미가 3석, 사회민주당이 1석 등을 기록했다.
레이와신센구미가 전에 의석이 없어서 비율로는 무한대가 늘기는 했지만, 이 중에서 의석 수가 가장 크게 늘어는 곳이 일본유신회다.
일본유신회가 전 중의원 선거에서는 11석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30석이 늘어난 41석을 기록했다. 지역구가 16석 비례대표가 25석이다.
이렇게 약진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일단 이 당이 어떤 당인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정당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3nlaolIy_M
원래는 자민당의 오사카 지부에서 따로 독립해서 만들어진 당으로, 오사카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다. 이 당은 이번 선거에서 身を切る改革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직역하면 몸을 자르는 개혁이라는 뜻으로 한국말로는 내 뼈를 깎는 개혁이라고 하는 게 어울릴 거 같다.
개혁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의원 정수 20% 감축, 의원에게 지급되는 세비 감축이다.
일본유신회는 10년 전에 오사카부의회의 의원 정수를 20% 줄이는 법안을 가결시킨다.(위의 영상) 그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기 전의 한국과 같은 맞짱뜨는 듯한 현장이 나온다.
의원정수 감축에 다른 당이 모두 반대했지만 오사카유신회(당시 당명)가 이를 가결시켰다.
이번 선거에서도 의원 정수 20%를 감축하고, 의원 세비를 감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렇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혁하겠다는 의사인데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의원 세비를 20% 정도 감축하자는 공명당 정도를 빼면 딱히 그런 공약을 내걸은 정당은 없었다.
그 외에도 이 정당이 내건 공약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교육무상화, 기본소득, 공공부문 감축(의원 수 감축 포함), 소비세 5%로 2년간 한시적 인하, 각종 세금 인하(법인세, 상속세, 소비세), 노동 규제 개혁, 정부 디지털화 추진, 사업관련 규제 철페 등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주력으로 내건 주요 공약은 의원 수 감축과 기본소득이었다.
의원 수 감축은 솔직히 세수 절약에 엄청난 영향은 없겠지만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을테니 그에 따른 개혁도 같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명분으로 볼수도 있겠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는 일본국민에게 월 7만엔 정도의 기본소득을 실시하는 게 목표다. 그 재원은 국민연금 폐지, 각종 수당 폐지(그에 걸리는 행정 절차도 없어지니 비용 절약), 행정 개혁으로 조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은 정치계를 떠나서 다시 코멘테이터(방송에 나와서 시사 뉴스 관련된 코멘트를 하는 방송인)를 하고 있고
오사카유신회의 창립 멤버이자 오사카부지사, 오사카시장을 역임했던 하시모토 토오루에 의하면, 월 6~7만엔 기본소득이 연 30조엔 정도가 든다고 한다.
전 국민 1.25억명에 6.5만엔을 그대로 주면 1년에 80조엔이 넘는데 정도인데 30조엔이라면 말이 완전 다르기는 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전 국민에게 모두 주는 건 맞는데 주고나서 소득에 따라 다시 가져가거나 소득세로 세금으로 일부 떼어가는 경우도 있어서 연 30조엔이라고 한다.
일본 예산이 연 100조엔을 조금 넘고 여러 이유로 추가 보정예산으로 돈을 찍어내니까 사실 연 30조엔이면 또 불가능한 수준인 것만은 아니다.
그 외에 교육무상화는 학력이 낮을수록 소득이 낮은 것에 착안하여 그러한 공약을 내놓았다고 한다. 다만 교육무상화가 대학교까지인지 모든 학교에 다 주는 것인지는 내가 조사하진 않았다.
세금 인하에서 상속세는 일본도 한국처럼 상속세가 높은 국가인데, 유신회는 상속세를 없애는 대신에 자산에 대한 보유세로 가자는 움직임이다.
상속을 하건 안하건 어쨌든 소유자만 다르고 보유는 하고 있을테니 그러한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감축은 이번 선거 유세과정에서도 나온 이야기인데 일본유신회 부대표이자 오사카부지사인 요시무라 히로후미가 8년 동안 오사카부 부채를 5조엔에서 3.6조엔까지 줄였다는 이야기나 공원을 민간에서 운영하도록 했더니 더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당연히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 말이니 선거법에 위반되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제 정책 면에서 강한 우파 성향을 띄고 있으며 개혁에 가까운 성향이기에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선거 기간에 자민당은 별 슬로건도 없이 그냥 이대로가자였고, 다른 당은 돈이나 그냥 뿌리자. 다만 재원에 대한 생각은 그냥 국채 발행하던가 세금 올리던가 나 몰라라 이런 상태였던 것도 영향이 있을 거 같다.
2편에서는 정책에서 더 깊은 부분을 적어보기로...